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솔직히 궁금하기는 하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할까? 비안네 신부는 어떤 사람이라고 할까? 내 강의나 강론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나의 성격이나 행동들에 대해서 뭐라고들 할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질문을 할 용기가 없다. 칭찬을 들으면 '내가 앞에 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안 좋은 말은 들을 자신이 없다.
심리학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한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자존감은 '내 안의 감정들을 수용하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의를 앞둔 내가 '강의를 잘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것은 자신감이고,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염려가 생길 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자존감이다.
나는 자신감은 강한데, 자존감이 약한가 보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스스로를 평가할 능력이 적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한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그 평가를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다.(이를 두고 '타인 평가의 내면화'라고 한다)
자존감이 적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평가에 예민해서 작은 비판이라도 받으면 세상을 잃은 것처럼 실망하거나 화를 낸다.
그 사람은 지나가는 말로 생각없이 던진 말인데 그 말을 부여잡고 놓지 못해 힘겨워한다.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평가는 과감히 흘려보내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사실 그것이 쉽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사람이 내게 말했다.
'누가 그러는데 신부님이 변했데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내가 빙긋이 웃자 그 사람은 나를 변했다고 말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나에게 의미 없는 사람의 말이에요'
과연 나는 자존감이 높은 것일까. 아니면 화나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빙 돌려서 수동적이자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격한 것일까.
너무도 당연한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예수님도 못한, 혹은 하지 않으신 일을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사람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될 테니 누구의 말을 귀담아들을 것인지 분별해야 한다.
그분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을 두고 세례자 요한이나 엘리야라고 평가하는 것에 반박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렇게 물으셨을 뿐이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나에게는 이 말씀이 이렇게 들린다.
나는 나에게 의미 없는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는 너희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너희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귀담아들어라.
마르코 복음 (8,27-3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예수님께서는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