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도 참 구차하다
뭘 세 번씩이나 물으시나...
신의 아들이 이런건 딱 보면 모르시는건가...
그리고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 아나...
말해야 아는 건 말해줘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런데 세 번의 구애 이후에 나오는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나도 사랑해...'가 아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나 사랑해? 다른 사람보다 더?'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건 어떤 의미야?
그냥 친구? 그냥 동정? 사랑하기는 하는데 남들이 날 사랑하는 것처럼
내 겉모습, 스펙, 성격 이런거 보고 사랑해?
실컷 물어보고는
'사랑해'라고 대답하니까
'내 양들을 돌보아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나를 사랑해?'라고 묻는 것이 아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내어주는 사랑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사랑하면 갖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 안에 가두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그래서 질투하고 화내고 확인하려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나 역시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이 행복하는 것으로
마음 편해 하는 것으로 기뻐하는 것이다
내가 불편해도 그 사람의 기쁨으로 편안해 하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이것을 남녀의 사랑,
혹은 사회적 관계에서 실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더 사랑한다면 더 돌보아야 한다
더 돌볼 수 없다면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더 사랑한다는 것은 남들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남들이 그 사람을 돌보는 것보다
남들은 그 사람을 돌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염두에 두고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나 역시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다
사랑은 공유점의 정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