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는 분은 생활보호대상자이시다.
80이 훌쩍 넘은 연세이신 데다가 남편과 아들을 모두 먼저 보내시고 지금은 홀로 지내시는, 그야말로 '독거노인'이시다.
그 할머니가 얼마 전 미사봉헌금으로 3만원을 내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라 '혼자 사시는 분이 무슨 돈이 있다고...'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웃의 할머니들과 화투를 쳐서 딴 돈을 봉헌하신 것이라고 했다.
평소보다 많이 따서 그러셨는지, 항상 잃기만 하다 의외의 승리를 거둔 것이 감사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그분의 호탕한 웃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화투 쳐서 딴 돈을 봉헌해도 되는 것일까?
난 이제까지 화투쳐서 딴 돈으로 봉헌금을 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분은 아마도 딴 돈 전부를 봉헌했을 것이고, 그 돈은 '과부의 헌금'만큼이나 그 할머니에게 큰돈이었을 것이다.
문득 '나는 그렇게 감사드려본 적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자랑하기 바빴고 혼자 으쓱대기만 했었다.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지지 않으려고만 했을 뿐 하느님께 감사드린 적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도 한참이 지난 후에 '아... 맞다. 감사를 드리지 않았구나'를 생각하며 아찔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기쁠 때 하느님을 떠올렸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화투 쳐서 딴 돈을 봉헌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나의 질문 앞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물으시는 듯하다.
네 눈에는 그것이
화투쳐서 딴 돈으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찬미의 노래이다.
너는 기쁠 때 내 생각을 한 적 있느냐?
루카복음 (6,39-42)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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