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일 수호천사가 말한다면 따르겠습니까 도대체 수호천사는 어떤 식으로 내게 말을 거는 것일까. 그분께서는 나의 앞에 천사를 보내어 지키고 당신이 마련한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셨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그런데 내 안의 생각이 천사의 인도인지, 그저 내 느낌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분께서는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나는 어렸을 때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지 않았다. 다만 동생과 양말을 걸어놓는 것이 재미있었을 뿐이고 밤중에 일어나 그 양말 속에 작은 선물을 넣어두고 혼자 기뻐 키득거렸을 뿐이다.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이어야 수호천사의 목소리가 들리.. 더보기
승호와 정호에게 마리아씨를 처음 보던 날은 몹시도 무더웠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례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과연 호스피스 병동에서 교리를 배울 수 있을까, 세례를 받는다 해도 신앙생활을 하며 성당에 다닐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마리아씨를 만났을 때 대장암 말기인 그분의 배는 몹시도 불러있었고 바로 눕기조차 어려워 비스듬히 누워 내게 말했었다. “신부님,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어요…” 나는 세례를 받는다고 병이 낫거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분은 “저도 알아요… 그래도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힘겹게 눈을 들어 나를 보는데, 마치 예수님을 바라보는 듯 간절했다. 나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세요, 정말 하느님을 원하고.. 더보기
수호천사가 있다고 말해주세요 중학교 1학년 때 나의 패션은 아주 과감했었다. 꽃무늬 남방에 흰 바지를 입고 다녔고 아침마다 드라이로 세팅한 머리에 무스를 잔뜩 발랐었다. 나는 지금도 분명히 기억한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내 어깨를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있던 친구 두 명도 데리고 갔었는데 도착한 곳은 학교 옆 뚝방이었다. 나무들이 줄지어서 있는 그곳에서 나는 흠씬 두들겨 맞았다. 얼굴은 멍이 들었고 광대뼈는 부어올라 욱신거렸다. 나를 때렸던 그 사람들은 학교 선배들이었다. 내 패션이 하도 과감해서 '날라리'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멍든 얼굴을 가리고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무서웠다. 또 누가 갑자기 나를 잡아챌지 몰랐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따라오라고 .. 더보기
그리하여 다른 마을로 갔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알아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사마리아인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분께서 사마리아에 오셨지만 맞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어쩌다 그 귀한 축복을 던져버린 것일까.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인들은 예루살렘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었을 때 남쪽, 곧 남유다는 적의 공격에 패망했고 적국으로 끌려갔었다. 이후 북쪽, 즉 북이스라엘도 무너졌는데 적국은 자신들의 국민을 북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에 데려다 살게 했다. 선택받은 유일한 민족이라는 것에 자긍심이 강했던 이스라엘이 혼혈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남유다인들, 즉 예루살렘 사람들이 귀양을 마치고 .. 더보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분은 습관이 되기 쉽고, 습관은 성격이 되기 쉽다. 심리학에서는 성격을 '개인의 안정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성격이란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비슷한 행동을 하는 행동유형, 곧 생활의 패턴(pattern)인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은 유형, 곧 패턴이 있다. 늘 비슷한 상황이 되면 화가 나고, 비슷한 사람에게 화를 낸다. 기쁨도 패턴이 있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기분좋아 하고, 비슷한 사람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분노도 기쁨도 사실은 감정이다. 감정이 외부개체, 즉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 행동이 되고,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성격인 것이다. 이를 '성격 유형론'이라 한다.(난데없는 심리학 강의가 되었다) 제2독서에서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의 싸움은 어디에서 오며 여러분.. 더보기
길, 바위, 가시덤불, 좋은 땅 어떤 일에 습관이 생기는 데에는 약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매일 해야 그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저녁에 강론을 쓰고 있다. 본래 원고 없이 강론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었는데, 확실히 글로 정리하니 자신감도 더욱 생기고 늘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복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좋다. 아주 오랜만에 전에 쓰던 블로그를 찾아 계정을 회복하고 강론을 쓰던 기억이 난다. 늘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아직 21일이 되지 않아서인지 성경을 읽고 묵상한 후 글로 옮기는 것이 힘겨울 때도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다음 날 좀 더 나은 강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오늘도.. 더보기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 고통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크나큰 고통은 '사랑하는 이를 보낸 아픔'일 것이다. 두 아들을 사고로 보낸 어머니를 만난 적 있었다. 그분은 사고 이후 장사를 접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계셨다.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나를 찾아왔는데 슬픔을 표현하지 않아도 그 눈빛이 몹시도 서글펐다. 헤어지면서 그분은 부끄럽게 말했다. "우리 아들이 살아있었으면 신부님이랑 나이가 비슷했을 거예요" 그 어머님이 돌아간 후에도 남긴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문득 생각해보니 그날은 5월 7일, 어버이날의 하루 전이었다. 허전한 마음을 잡을 길 없어 지인을 찾으신 것이었을까. 나는 서둘러 그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오늘 약속 장소가 어디라고 하셨죠? 제가 잠깐 들려도 될까요? 전해드리.. 더보기
심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게 하려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간절히 기도하는데도 변화가 없을 때 말이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불평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불평과 불만의 원인은 '조급증'인가 보다.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조급증이 시작되면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기 어려워진다. 보다 나은 내일을 간절히 바라다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어떤 것을 바라다보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오늘이 만족스럽지 않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를 먹은 백성들도 처음에는 만나를 먹으며 환호.. 더보기
모실 자격이 없으니 말씀만 해주십시오 왠지 느낌이 좋은 날이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신호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파란불로 바뀌어서 신기한 날이 있고, 생각 없이 라디오를 켰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서 기분 좋은 날이 있다. 게다가 그 노래의 가사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면 마치 그분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설렘임과 다르게 그날 하루도 다른 날과 다름 없이 똑같을 때가 대부분이다.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지만 아무 일도 없고 그저 내 느낌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렇듯 '느낌'과 '계시'를 구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왠지 그분께서 내게 무언가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한 때가 있지만 그 말씀이 나의 미래를 점쳐주시거나 예고해주시는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계시란 표징이 .. 더보기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솔직히 궁금하기는 하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할까? 비안네 신부는 어떤 사람이라고 할까? 내 강의나 강론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나의 성격이나 행동들에 대해서 뭐라고들 할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질문을 할 용기가 없다. 칭찬을 들으면 '내가 앞에 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안 좋은 말은 들을 자신이 없다. 심리학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한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자존감은 '내 안의 감정들을 수용하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의를 앞둔 내가 '강의를 잘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것은 자신감이고,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