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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어머니의 아는 분은 생활보호대상자이시다. 80이 훌쩍 넘은 연세이신 데다가 남편과 아들을 모두 먼저 보내시고 지금은 홀로 지내시는, 그야말로 '독거노인'이시다. 그 할머니가 얼마 전 미사봉헌금으로 3만원을 내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라 '혼자 사시는 분이 무슨 돈이 있다고...'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웃의 할머니들과 화투를 쳐서 딴 돈을 봉헌하신 것이라고 했다. 평소보다 많이 따서 그러셨는지, 항상 잃기만 하다 의외의 승리를 거둔 것이 감사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그분의 호탕한 웃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화투 쳐서 딴 돈을 봉헌해도 되는 것일까? 난 이제까지 화투쳐서 딴 돈으로 봉헌금을 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분은 아마도 딴 돈 전.. 더보기
밤을 새워 기도하시고 배반자를 뽑으셨다 밤을 새우며 기도하시고 배반자를 뽑으셨다. 도대체 왜 그러셨을까. 갑자기 뽑으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굳이 배반자 유다 이스가리옷을 사도로 뽑으셨을까. 예수님은 유다가 배반하리라는 것을 알고 뽑으셨을까. 아니면 모르셨을까. 그분은 사람의 속마음을 모두 아는 분이시니 모르셨을 리는 없는데, 그렇다면 굳이 왜 사도로 뽑으셨을까. 그분께는 사람에 관하여 누가 증언해 드릴 필요가 없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사람 속에 들어 있는 것까지 알고 계셨다.(요한 2,25) 만일 그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위해 배반할 사람이 필요했다면 유다를 이용하신 것이 된다. 또한 최후의 만찬에서 굳이 유다에게 배반을 예고하실 필요도 없었다. 유다의 배반이 예정되어있었고 그 배반조차 그분의 계획이셨다면 말이다. “그러나 보라, .. 더보기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내일 복음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나는 방금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셨고 나는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으로 배달어플에서 메뉴를 골랐다. 호기롭게 저녁은 내가 알아서 먹겠노라고 큰소리쳤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플에 올라온 별점과 리뷰를 찾아보는 일이었다. 음식이 올 때까지 저녁기도를 하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서서 도착한 음식을 펼쳤다. 맛이 없었다. 분명 별점도 높고 리뷰도 많았는데 말이다. 음식점의 주인이 손으로 적은 '맛있게 드셨다면 리뷰 부탁드립니다. 만두 두 개 서비스로 드립니다'라는 쪽지가 보였다. 세 개도 아닌 두 개의 만두 서비스에 감동이 사라졌지만 직접 손으로 적은 글씨에 보답하고자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글을 쓴 후.. 더보기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 단식할 수 없지 않느냐 오늘도 엄마에게 짜증을 내었다. 아무래도 내가 피곤했었나 보다. 짜증낼 일도 아니었고 엄마가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짜증이 났다. 내가 짜증을 내면 엄마는 조용히 내 눈치를 본다. 내가 짜증을 낸다고 같이 짜증을 내지도 않고 짜증내는 나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저 폭풍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어부가 먼바다를 바라보듯 내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오늘 아침에는 장례미사를 드렸는데 고인이 65세였다. 76세인 우리 엄마도 언제나 늘 내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엄마와 '함께 있는 동안' 짜증을 내지 말아야겠다. '함께 있는.. 더보기
그러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도무지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이런 일을 눈 앞에 놓고 있노라면 '포기하는 것이 그분의 뜻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 바라서는 안될 것에 손을 뻗치는 것인지,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원하는 교만함인지, 무언가 좋은 방법이 있는데 내가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스라엘에서는 고기잡이를 밤에 하였다. 마치 오징어잡이를 밤새 하듯 말이다. 시몬은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허탕을 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기잡이에 잔뼈가 .. 더보기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파견되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파견된 것일까.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라고 내게 이 삶이 주어진 것일까. 너무도 장엄하고 규모가 큰 질문이라 범위를 좁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파티마병원에 파견되었다. 무엇을 위해 파견된 것일까. 예수님께서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이 병원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일까.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 행정가도 아니라서 병원의 경영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의사도, 관리자도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하도록 파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그 일'이 있으리라. 그 일은 예수님께서 시몬의 장모를 시달리게 했던 '열을 가시게 하는' 일인지도 .. 더보기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다 권위있는 사람과 권위적인 사람 '권위있는' 사람과 '권위적인' 사람은 다르다. '권위있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 힘이 있다. 다시 말해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권위적인'사람은 말로만 한다. 그래서 그의 말은 듣는 이를 힘겹게 한다. 하지만 권위있는 사람의 말은 듣는 이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해방감을 준다. 가파르나움의 회당에 있던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은 '권위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그는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지식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의 지식은 '크게 소리를 지르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내동댕이'치고 지식이 쌓여갈수록 비판의 잣대 또한 높아져 간다.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더보기
회개하지 않는 자들을 꾸짖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그리고는 철부지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렸다그런데 그 때란 언제일까마태오복음 '그 때'가 나오는 11,25의 바로 앞 부분은그분께서 꾸짖는 장면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회개하지 않는 '고집 센' 사람을 혼내시고는철부지들을 보며 감사를 드리신 것이다그렇다면 철부지의 정의란 '회개를 잘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 회개란 뭘까회개는 희랍어(그리스어)로 μετάνοια [Metanoia, 메타노이아]인데메타는 after, with, around 등의 뜻으로 주로 '나중에', '이후에' 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그리고 노이아는 mind, intellect, insig.. 더보기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철부지...그러니까 철부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철부지가 뭘까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1.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2.사리를 분별하는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그야말로 철없는 사람,그러니까 눈치없고 맹한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일견에서는 철부지를 '절부지'(節不知)로 이해한다 즉 '절기'를 모르는 사람인데인생의 계절을 알지 못하고여름에 겨울 옷입고 어려운데 사치부리고즉 개념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럼 원문은 뭘까 (lexicon 나와라...)νηπίοις [nēpiois, 네피오이스]이다성경에는 10번 나오는데, 영역하면 little children이다.. 더보기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겸손한데 왜 나귀를 타지...그럼 안 겸손하면 뭐 타는건데이럴 때 lexicon을 쓴다 (단어사전이 아닌 어휘사전이라고나 할까)대부분의 영어성경에서는 'donkey'로 번역했다 (슈렉 생각난다) 원문은 חֲמוֹר [chamor, 카모르]이다담배 이름에도 있듯이 낙타와 연관이 있나 보다성경에는 96회 나온다 창세기 12,16에는 파라오가 아브라함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여기에서도 나귀를 선물한다파라오는 사라이 때문에 아브람에게 잘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양과 소와 수나귀, 남종과 여종, 암나귀와 낙타들을 얻게 되었다.종과 낙타, 양, 소 등과 함께 주었으니양과 소는 식량이자 판매수단이고암나귀는 경운기, 낙타는 자가용쯤에 해당한다 (많이도 줬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