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겸손한데 왜 나귀를 타지...
그럼 안 겸손하면 뭐 타는건데
이럴 때 lexicon을 쓴다 (단어사전이 아닌 어휘사전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영어성경에서는 'donkey'로 번역했다 (슈렉 생각난다)
원문은 חֲמוֹר [chamor, 카모르]이다
담배 이름에도 있듯이 낙타와 연관이 있나 보다
성경에는 96회 나온다
창세기 12,16에는 파라오가 아브라함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나귀를 선물한다
파라오는 사라이 때문에 아브람에게 잘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양과 소와 수나귀, 남종과 여종, 암나귀와 낙타들을 얻게 되었다.
종과 낙타, 양, 소 등과 함께 주었으니
양과 소는 식량이자 판매수단이고
암나귀는 경운기, 낙타는 자가용쯤에 해당한다 (많이도 줬네...)
나귀가 나오는 유명한 장면은 창세기 22,3인 이사악을 봉헌하는 장면이다 (봉헌이라 쓰고 살인계획이라 읽을 수도...)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두 하인과 아들 이사악을 데리고서는,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팬 뒤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곳으로 길을 떠났다.
그들은 곡식을 나귀에 싣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니까 짐을 싣는 트럭 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물론 사람도 탔다 (경운기에도 사람은 탈 수 있으니까)
소설 돈키호테에는 종자 산초가 나귀를 탄다
주인은 노새를 타고...(사실 말이 아니다)
아무튼 나귀는 좀 모양떨어지는 등급이다
우리가 세단을 사면서 짐실으려고 사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짐도 싣고 이동도 하려면 다마스나 포터 정도가 낫다
그래서 나귀를 타는 것이 겸손한 것이다
만일 내가 다른 지역에 갔는데 그 쪽에서 나를 환대한다면서
경운기를 몰고 나왔다면
혹은 내가 '저를 데리러 오실 때는 트럭 몰고 와주세요'라고 했다면
문득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소울을 타셨던 것이 기억난다
할 수 있고 능력이 있으며 바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랫 등급을 기꺼이 즐거워하는 것, 그것이 겸손이다
그래서 나에게 겸손의 정의는
'내가 뭐라고'이다
내가 뭐라고 세단만 타나...
내가 뭐라고 트럭타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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