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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ilia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철부지...

그러니까 철부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철부지가 뭘까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1.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

2.사리를 분별하는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

그야말로 철없는 사람,

그러니까 눈치없고 맹한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일견에서는 철부지를 '절부지'(節不知)로 이해한다


즉 '절기'를 모르는 사람인데

인생의 계절을 알지 못하고

여름에 겨울 옷입고 어려운데 사치부리고

즉 개념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럼 원문은 뭘까 (lexicon 나와라...)

νηπίοις [nēpiois, 네피오이스]이다

성경에는 10번 나오는데, 

영역하면 little children이다 (뭐 어린 아이라고 철부지는 아닌데... 우리 번역이 좀 지나친 듯 하다)


복음에는 모두 제자들이 돌아오자 

그분께서 기뻐하시며 말씀하신데에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딱 3회만 나오는 것이다


복음의 다른 곳에 '어린 아이'라는 단어는 꽤 나오는데

이 네피오이스를 쓰지는 않는다

가령 헤로데가 죽인 2살 이하의 남자아이는

παῖδας [paidas, 파이다스]이다


마태오복음 11,16의 

장터에서 마주 앉아 서로 고집부리는 아이를 지칭할 때도

파이다스이다


마태오복음 14,21의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에서도

'아이와 여자를 제외하고'란 말의 아이도

파이다스이다


그럼 네피오이스는 뭘까

결국 우리도 네피오이스가 되어야하는데

복음에는 달리 나오지 않으니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이 말을 12번 사용했다

먼저 로마서 2,20에 나오는데,

(그대는 자신을 유다인이라고 부르면서)

율법에서 지식과 진리의 진수를 터득하였으므로 

어리석은 자들의 교사이며 철없는 자들의 선생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니까 어리석고 무지한 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고린토 1서 3,1~2에서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때, 

나는 여러분을 영적이 아니라 육적인 사람, 

곧 그리스도 안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으로 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젖만 먹였을 뿐 단단한 음식은 먹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물론 바오로사도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어린아이는 그야말로 철없는 아이 같은 사람이다

단단하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네피오이스이다

그런데 그분은 이런 네피오이스가 되라고 하시는건가?


네피오이스는 코린토1서 13,10~11에도 나온다

그러나 온전한 것이 오면 부분적인 것은 없어집니다.

내가 아이였을 때에는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헤아렸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 적의 것들을 그만두었습니다.

여기서의 아이는 어른의 반대개념이고,
지나간 흑역사이다
또한 온전하지 않은 부분적인 것이다
갈라디아서 4,1을 보자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습니다. 
상속자는 모든 것의 주인이면서도 어린아이일 때에는 종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뭐 죄다 안좋은 개념들 뿐이다
네피오이스는 종과 다를 것이 없는 존재이다
스스로 찾아서 하지 못하고 시켜서 하는 사람으로 이 단어가 사용된다
에페소서 4,13~14에도 나온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사람들의 속임수나 간교한 계략에서 나온 가르침의 온갖 풍랑에 흔들리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바오로사도에 따르면 네피오이스는 흔들리고 따라다니는

귀팔랑이들이다

아... 뭐지 우리보고 이런 사람이 되라고 하시는 건가 (난 이미 그런데...)


테살로니카1서 2,7에는 조금 다르게 사용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위엄 있게 처신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에서, 자녀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처신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자녀'의 의미로 네피오이스가 쓰인다

중요한 것은 진짜 어린아이를 가리킬 때는 파이다스를 쓰고

어린아이 같은 사람, 즉 상징할 때는 네피오이스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피오이스는 진짜 아이가 아니다

아이같은 사람인데

아는 것 없고, 귀팔랑이에, 어려운 건 안하려는 의지박약이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자녀와 같아서 품에 안아 위로하고 싶은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히브리서 5,12~13이다 (아... 힘들다... 나도 네피오이스인가 보다)

사실 시간으로 보면 여러분은 벌써 교사가 되었어야 할 터인데, 

아직도 하느님 말씀의 초보적인 원리를 다시 남에게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단단한 음식이 아니라 젖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젖을 먹고 사는 사람은 모두 아기이므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에 서툽니다.

네피오이스는 이렇게 단단하고 어렵고 힘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에 서툰 사람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정리해 보자 (총 7회 나오지만 한 번은 의미가 비슷해서 생략한다)

  1. 고린토1서 3,1~2 : 단단한 것은 못먹는 사람
  2. 코린토1서 13,10~11 : 온전한 어른과 같지 않은 부분적인 아이 같은 사람
  3. 갈라디아서 4,1 : 주인이 아닌 종과 같은 사람
  4. 에페소서 4,14 : 흔들리는 사람
  5. 테살로니카1서 2,7 : 어머니 품에 안긴 자녀
  6. 히브리서 5,12~13 : 단단한 음식이 아닌 젖이 필요한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 서툰 사람
그러니까 철부지, 곧 네피오이스는
이해력이 부족하고 흔들려서 주관도 지식도 없지만
그분은 이런 사람을 품에 안아 위로하시고
젖을 먹여 옳고 가름을 가르쳐나가신다는 것이다

즉 똑똑한 성인보다
도움을 필요로하고 도움을 청할 줄 아는
네피오이스가 낫다는 말인가 보다 (쉽게 좀 말씀하시지 여기까지 쓰느라 힘들어 죽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