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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ilia

보이지 않게 전부를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4)


아니.. 봉헌하는 것은 좋은데

생활비를 모두 다 헌금함에 넣으면 과부는 뭐 먹고 사나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일까


내가 좀 그렇다

나는 중간이 없어서 가진 것을 몽땅 투자하는 편이다

사람에게는 일에서든


그리고는 지나고나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맞춰주느라 그런 것임을

깨닫곤 한다


그렇다면 과부도 분위기를 탄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생활비가 아니다

성경은 단일문장만을 살펴볼 때 어마무시한 말이 많다


죄를 짓거든 눈을 빼어던져라고도 하고

손을 잘라버리라고도 하고

부모형제를 버리라고도 하며 심지어 자기 목숨을 미워하라고까지 가르친다


그래서 성경은 무엇에 비하여 그것을 하라는 것인지

첫째로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 다음은 작게, 혹은 무지막지하게 말하여 첫째의 것을 강조하는 화법이 많다


과부의 헌금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비교대상은 인사받기 좋아하고 남들에게 보여려고 모든 일을 하는

율법학자들이다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마르 12,38~40)


다시말해 그분께 있어서 율법학자의 반대말은 과부인 것이다

즉, 생활비 전부를 던져 넣는 행동의 반대말은 인사받기, 높은 자리와 윗자리 즐기기, 그리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이다

그런데 왜 전부 던져넣기와 보여주기, 혹은 인사받기가 반대되는 개념일까


사실 나는 인사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어느 자리에 가도 첫째 자리에 앉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것을 즐기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대접을 받을 때면 

과연 나는 나 자신을 전부 던져넣는,

이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인사받고 높은 자리와 윗자리에 앉는 것을 즐기다보니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차분히 설득하거나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기 보다 화부터 낼 때가 많다 (사실 오늘도 그랬다...)


사실 과부가 그분께로부터 칭찬받은 행동은 두 가지이다

전부를 던져 넣은 것,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

그 분만이 과부의 행동을 알고 계셨다 


다시 말해 율법학자들의 보이려고 하는 행동과 반대되는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보이지 않는 그분을 위한 

행동을 하였다


율법학자들의 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 많다

예를 들어 윗자리에 앉는 것은 남들에게 나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과부의 보이지 않는 행동은 그분을 위한 것이라면

율법학자의 보이려는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사람들 앞에서 높아보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행동은 

결코 나 자신을 던져 넣지 못한다

이 모든 행동이 나를 위한 것인데 나를 던져넣으면 아무 소용없으니까


사랑은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을 때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 칭찬해주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나를 위해서가 아닌 받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할 때는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이 이 사람의 행복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이 사람의 행복과 내가 투신하는 이들의 행복을 바랄 때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

나의 모든 것을 던져넣고도 행복할수 있다


아마도 과부는 행복했을지 모른다

자신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생활비 전부를 던져넣지는 못했을것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부는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전부를 넣었을까

어떤 감사였을까, 간절한 청원이었을까


포인트는

보이지 않는, 즉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주고도

생색내지 않는 것이 행복이란 것이다 (말이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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