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진복팔단이다
'행복하여라'로 시작된다고 해서 '행복선언'이라고도 불리운다
간디가 '나는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이 성경구절을 참으로 좋아한다'라고 말했던 그 내용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마음이 가난하다'라는 것은
작은 일에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소박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나는 소박한 사람이 좋다
큰 집과 자동차, 명품백과 값비싼 브랜드만으로 행복을 가늠질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작은 손편지를 명품백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예쁜 경치를 큰 집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 나라를 쉽게 차지 한다
왠만하면 다 맛집이고 자신의 입맛에는 다 맛있어 한다
그래서 하늘 나라를 쉽게 경험한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마태 5,4)
슬퍼하는 사람은 사실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슬퍼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늘 남의 탓만 하며 그 어떤 노력도 하려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이 힘든 것을 알기는 하면서도
자신이 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반응만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자책과 슬퍼하는 것은 다르다
자책은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될 일을 아파하는 것이고
슬퍼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위로해주고 싶어진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
그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조언해도 강요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위로해줘도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해주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마태 5,5)
온유한 사람은 감정의 기복이 적은 사람이다
그래서 쉽사리 화를 내지도 않고
화내는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도 않는다
내가 제일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 좋을 때는 너무 좋고 싫을 때는 지나치게 냉정하다
화도 쉽게 내는 사람인데다가 못되지는 못해서 다음 날 바로 후회한다 (그래서 늘 슬퍼하는가 보다)
이런 사람은 땅을 차지 한다
감정의 동요가 적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람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덜 좋아하고 이렇게 하면 기뻐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온유하지 못한 사람은 참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이렇게 하면 전에는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하면 싫다고 하니...
감정의 토대가 약하여 쉽게 화내고 쉽게 삐지며 쉽게 기뻐한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마태 5,6)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즉 늘 배고프고 목말라하는 사람은
늘 주고 싶어 한다
내가 그럴 상황이 아니고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봉사할꺼리를 찾고 그를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의 만족보다 그 사람이 기분좋아하는 것을 보며 흡족해 한다
이런 사람은 흡족해질 수 있다
행복이란 자신에게로 향해질 때 그 어느때도 행복해질 수 없는 법이니까
왜냐하면 사람은 늘 다음 단계를 바라기 때문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태 5,7)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자비도 입어본 사람이 자비로워질 수 있고 용서도 받아본 사람이 용서할 수 있다
먼저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자비롭고 용서해줘도 그것을 믿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이러한 점은 도무지 자비로워질 수 없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나 자신도 평가받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자비롭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자비롭지 못한 그 자체로 이미 심판을 받았다
아무리 용서한다 이해한다라고 해도 '넌 내 마음 몰라'라고 말하는 병...
자비는 받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내 마음 편하기 때문에 발 뻗고 자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나를 참아준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이 사람에게 자비로워지는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 5,8)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많은 사람이 하느님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쉽게 믿기도 하고 쉽게 존경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좋은 점이 크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
즉 깨끗하지 못한 안경을 낀 사람은 모든 것이 다 부정적으로 보인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이러자니 이것을 못하겠고 저러자니 이것이 걸리고
그런데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말도 깨끗하게 하기 쉽다
자신이 착하니 남도 착한 줄 알고
자신의 필터링에 통과된 말을 남이 이해해줄 줄 알고 상처되는 말을 그냥 한다
'당신이 들으면 힘들겠지만...'이라 말해놓고는 할 말 다한다
그래서 마음이 깨끗한 것과 맹한 것은 다르다
마음이 깨끗한 것은 자신에게 선한 점이 있다는 것을 믿고 다른 사람도 믿어주는 것이다
'당신 저번에도 이랬었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이럴 것 같아서...'라고 포석을 깔지 않는다
그때는 지나갔고 그동안 그 사람은 많이 반성하고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듯이 사람을 믿어준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마태 5,9)
평화를 이루는 peace maker가 있는가 하면
싸움을 만드는 trouble maker가 있다
절대 지지 못하고 꼬치꼬치 다 캐물으며 '나를 납득시켜봐'라고 사람을 현기증나게 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사람
'난 이건 못해', '난 이건 안해'라고 말하며
어떠한 반박도 설득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
대화라도 시도할라치면 강요하지 말라고 옹벽을 쌓아올리는 사람
'내가 그럴 상황이 아니에요'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라고
자신의 입장만 말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기분은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
사실 이것은 나 자신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이기려 드는 사람을 용서하는 재주를 갖지 못했다
나를 이기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은 어떻게든 밟아주든가 아니면 상종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나의 무의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져줄 줄 알고 이해가 가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주고 그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 주며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부모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은 사람이다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감정 그대로 이해해주고
그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란다...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미안하다...라고
감정선을 읽어주는 것을 경험한 자녀는 남에게도 그렇게 해준다
그래서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은
부모가 칭송을 받는다
나아가 하느님의 자녀가 아닐까... 하는 그 부모님이 하느님처럼 사랑을 많이 주셨구나...라는 평을 받는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5,10)
가끔 나에게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은 '답정너'들이다
다시 말해 '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그 대답을 해주세요'라는 것이다
나는 문제를 들고 찾아올 때
그것이 정말 문제인지를 다시 묻는다
그럴 때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묻는 것에 대답을 해달라고 말한다
이럴 때 나는 고민해야 한다
이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며 위로해줄 것인가
이 사람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사람과 관계가 불편해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문제를 지적하면 인간관계가 불편해지고
하늘나라 밖에 받을 것이 없다
하늘나라가 작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받을 오해와 수난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이 맞다고 동의해주지만
이 동의를 자신의 정당함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이들의 특징은 잘못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놓고
정작 말해주면 하나하나 반박한다는 것이다
그럼 묻지를 말던가... 왜 답을 정해놓고 상담하러 오는지...
나는 쇼핑호스트가 아니다
이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한다고해서 나에게 오는 이익도 없고
설득할 마음도 없다
그저 물으니 내 생각을 말해주는 것인데
말해주면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해줄 때까지 계속 질문한다
내가 무릎팍 도사처럼 내일의 운세를 말해주기를 바라는 듯 하다
이럴 때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주겠지만
나는 그래도 표현의 정도를 고려하여
할 말은 해주련다
그리고 박해를 받고 나에게 삐져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내가 말하는 중에
머리 아프고 몸이 힘들다며 듣다가 나가버린다...
그래도 나는 듣기 좋은 말만 해주지는 않으련다
나는 적어도 이 사람에게서는 받을 보상이 없는 것이니까...
하늘 나라... 그러니까 내가 이상적을 꿈 꾼 내 모습에 근접했음을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진복팔단, 행복선언은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요약하자면
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좋다... 작은 일에도 감동받는 소박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이 사랑스럽다
나는 슬퍼하는 사람이 좋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치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이 좋다
나는 온유한 사람이 좋다... 누가 아무리 감정적으로 나와도 그것에 동요되지 않는 단단한 땅이 되고 싶다
나는 의로움에 목마른 사람이 좋다... 내 만족이 아니라 그 사람이 기뻐하는 것으로 행복해하고 싶다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 좋다... 자비란 내가 받은 자비를 잊지 않는 것이므로 나를 참아주었던 사람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나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좋다... 하지만 마음이 깨끗하다고 내 의도를 모두가 이해하리라고 믿지는 않으리라
나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좋다... 온유한 사람은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이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박해받는 사람이 좋다... 어차피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다 맞춰줘도 고마운 줄 모르더라... 차라리 할 말하고 박해받으련다...
간디는 옳았다
진복팔단이자 행복선언은 나의 좌우명이자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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