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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ilia

마리아는 서둘러 갔다


마리아는 서둘러 갔다

왜 '서둘러'갔을까...

성모님은 뭐가 그렇게 급하셨던 것일까

서둘러 가서 무엇을 하시려고...


성모님이 가신 곳은 '유다 산악 지방'이다

루카복음 1,26~27에는 유다 지방으로 출발하기 전의 상황이 나온다.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나자렛'에서 출발해서 '유다 산악 지방'으로 가신 것이 된다.

그것도 서둘러서...

나자렛에서 유다 산악지방은 걸어서 사흘이 걸리는 거리이다.


루카복음의 순서대로라면 천사의 방문을 받은 후 

천사가 떠나자 마자 서둘러 출발하신 것인데,

이러한 천사의 방문은 성모님에게 사실 충격이었다.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루카1,29~30)

사실 놀랄만도 한 것이

갑자기 천사가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조만간 임신할 것이다'였으니 

게다가 결혼도 안한 아가씨에게... 무슨 악담도 아니고

하지만 성모님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렇게 대답하신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루카 1,38)

그리고는 천사가 떠나자마자

'서둘러' 유다산악지방으로 가신 것인데

혹시 너무 놀라서 아는 사람에게 의논하러 간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자렛에서 유다지방까지 사흘을 걸려 찾아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소문날까봐 그러셨을까...

그래도 사흘은 너무 했다.


그런데 방문했던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루카 1,36)

어쩌면 성모님은 친척 언니 엘리사벳의 임신소식을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루카복음 1,24에 이렇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다시 말해 5개월 간 '숨어 지낸' 것이다.
나이 많아서 임신했으니 남사스럽기도 했을지 모르고
워낙 노산이니 몸조심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주변에 알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친척동생인 성모님조차도 알지 못했을테고
이 소식을 천사를 통해 처음 들은 것이다.

그래서 성모님은 두 번 놀라셨을 것이다.
자신의 임신 소식과
나이 많은 친척 언니의 임신 소식...

그래도 나같으면 서둘러 사흘길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천사의 놀라운 말을 듣고 마음 추스리기도 바쁠 시간에 누구를 만나고 그럴 여유가 없을 듯 하다.

아무튼 성모님이 사흘길을 가신 것은
친척언니 엘리사벳의 임신을 알고 찾아가신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찾아가서 뭘 하셨을까...
루카복음 1,56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아까 천사가 말하기를 엘리사벳이 임신한지 6개월 되었다고 했고,
성모님은 3개월을 함께 있었으니
엘리사벳이 출산한 후 돌아오신 것이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나이많은 엘리사벳이 임신해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동생인 나도 모르는 걸 보니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못했겠구나...
나도 임신했지만, 내 배도 불러오지만
그래도 난 언니보다는 젊으니까... 내가 돌봐주어야겠구나...
이런 마음 아니셨을까...

더군다나 엘리사벳이 임신중이었을 때
남편 즈카르야는 말을 못하는 상태였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루카 1,20)

요한이 태어난지 여드레 되던 날,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루카 1,63)

물론 성모님은 형부가 벙어리가 된 사실을 알지 못했겠지만
막상 와보니 '정말 오기를 잘했구나...'라고 느끼셨을 것이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신 성모님의 사랑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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